우리집 고양이 '밤'

여수밤바다에서 만난 우리집 고양이 '밤'

길을 묻다 2020. 3. 1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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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이 제가 밤이를 처음 만났을 때 모습입니다. 아, 만난 뒤 며칠 지나서 찍은 사진입니다. 제가 밤이를 처음 만났을 때 크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이 사진을 선택한 겁니다. 

 

작년 7월. 여수 밤바다였죠. 제가 밤이를 만난 곳이. 제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서 여수 밤바다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소리를 따라 갔는데, 이렇게 어른 주먹 크기 밖에 되지 않는 아기고양이가 저를 무서워하지도 않고 다가오더군요. 처음에는 저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에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을 어찌할까요? 마치 자신을 데려가 달라는 듯 계속 저에게 몸을 밀착했습니다. 

 

우리 어머니께서 동물 키우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터라, 이 녀석을 데려갈 수는 없었습니다. 주변에 멀찌감치 떨어져서 아기 고양이의 어미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혹여 지나가는 자동차에 사고가 나면 안되니까요. 아기 고양이는 계속 울어댔고, 어미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계속 지켜보던 그때. 웬 남녀커플이 나타났습니다. 그러자 이 녀석이 커플을 따라 올망졸망 뛰어가더군요. 혹여 자동차가 고양이를 보지 못하고 치면 어쩔까 노심초사 계속 지켜봤습니다. 

 

커플은 아기 고양이를 보지 못하고 계속 가던길을 갔고, 그러던 찰나.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가족들과 아기 고양이가 마주쳤습니다. 

 

아기 고양이를 아주아주 예뻐해주더군요. 강아지도 아기 고양이에게 크게 적대적이지 않았구요. 무척이나 예뻐해주는 모습을 보고 안심을 했습니다. 좋은 가족을 만나서 다행이야. 이렇게 생각했죠. 

 

배를 타려면 2-3시간이 더 남았기에 차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한시간쯤 지났을까요? 어디선가 낯익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기 고양이의 애타는 울음 소리였죠. 

 

하...

 

정말 긴 한숨이 나왔습니다. 이제 이 녀석은 어미를 만난다 해도 더 이상 어미가 돌보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어미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죠. 어디선가 사고를 당했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제가 이 어린 녀석을 품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이대로 길에서 죽게 놔둘 수는 없었습니다. 

 

트렁크를 열어 낡은 옷을 한벌 꺼냈습니다. 그리고 헌 옷으로 이 녀석을 감싸 안았습니다. 차에 데려와 제 무릎에 앉혀놓고 운전을 했습니다. 

 

그러자 이 녀석이 '골골송'을 하더군요. 여수 밤바다를 얼마나 헤매었는지 모르지만, 무척 지쳤었겠죠. 일단 트렁크에 있는 생수 한 병을 꺼내어 병뚜껑에 물을 담아 줬습니다. 몇 모금 마시더니 이내 잠에 다시 빠져들더군요.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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