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고양이 '밤'

아기 고양이와 만남, 그것은 '운명'

길을 묻다 2020. 3. 1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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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집 고양이 '밤'이를 길에서 데려올 때 무척이나 망설이고 두려워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어머니께서 동물을 키우는 걸 싫어하는 것도 있지만, 더 두려운 것은 이 녀석을 제대로 키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 대충 2007년 2008년 쯤 고양이를 한 마리 들였습니다. 강아지를 들였으면 했지만, 제가 출근을 하면 강아지를 혼자 둬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고양이는 혼자 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충무로에서 고양이를 한 마리 들였습니다. 

 

그런데 우리집에 온지 불과 일주일 정도만에 저 세상으로 가고 말았습니다. 수의사샘은 이미 애견샵에서 감염이 된 상태에서 왔을 거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애견샵에서 예방접종 등을 모두 끝낸 뒤 분양을 해야 했지만, 수익만을 따지는 애견샵에서 그렇게 하지 않았던거죠. 

 

돈에 눈먼 애견샵의 행태도 문제였고, 생명에 대해 너무나 몰랐던 저도 문제였던 거죠. 

 

여수 밤바다에서 밤이를 만났을 때, 10여 년 전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밤새 울었죠. 울다 지쳐서. 울다 지쳐서. 너무 미안했거든요. 내가 너무나 무지해서 생명을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너무나 미안했었습니다 

 

내가 또 이런 잘못을 저지를까봐. 밤이도 나의 무지로 생명을 잃을까 무척이나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길에 방치하는 것도 이 녀석의 생명에 대해 내가 외면하고 방치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운명. 

 

이 녀석을 제 품에 안으며 '운명'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번에는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설혹 잘 못되더라도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만약 이 녀석이 잘못된다고 한다면 제가 입을 타격도 만만치 않을 거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도 운명이라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10여 년 전 제가 빚진 그 아이가 '밤'이가 되어서 다시 나타난 것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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