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완전 정복

우리 아버지의 치매 증상을 처음 발견하던 날 - 치매와 건망증의 차이점

길을 묻다 2021. 2. 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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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님을 뵈었을 때 입니다. 은사님께서 질문을 하시더군요. 

 

"그런데 넌 어떻게 아버지께서 치매라는 것을 알았니?"

 

"아, 선생님께서 저희를 굉장히 엄하게 가르치셔서..."

 

제 은사님은 우리나라에서 치매에 관한한 최고의 권위자 중 한분입니다. 물론 학부 학생에게 치매의 임상적 증상에 대해 대학원생들처럼 자세히 가르쳐 주신 건 아닙니다. 그러나 신경심리학을 배울 때 임상적 관점에서 매우 자세히 가르쳐 주셨고, 우리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원리'는 대학생 시절 터득했습니다. 당시 신경심리학을 수강했던 학생들 대부분이 '좌절감'을 맛봐야 할 정도로 은사님께서는 신경심리에 대해 엄격하게 가르쳐주셨습니다. 

 

지금까지의 대화를 읽은 독자분들은 '선문답'같은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신경심리가 무엇인지 아는 학생과 교수님의 대화이기에, 심리학을 배우지 않은 일반인, 더더군다나 신경심리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은 도대체 저 대화의 맥락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제가 아버지의 치매 증상을 발견한 것에 대해 이해하려면 두 가지를 알아야 합니다. 하나는 '해마'라는 불리는 우리 뇌의 일부분이 어떤 기능을 하는가? 그리고 '단기기억'이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Hippocampus. 우리가 흔히 아는 바다의 '해마'와 모양이 닮았다고 해서 '해마'라고 불린다. 

우리 뇌에서 해마(Hippocampus)라고 불리는 곳은 기억과 관련한 일을 합니다.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일을 하죠. 해마라는 말도 어려운데 단기기억, 장기기억 등 어려운 말이 더 많이 나오죠?

 

단기기억, 장기기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해마와 더불어 좀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구요. 지금 이 시간에는 일단 우리 뇌에서 해마라는 부위는 우리가 기억을 오랫동안 저장하도록 하는 일을 한다 정도만 '외우고'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외출을 하셨고, 아버지는 집에 계셨습니다. 아버지께 목욕탕을 다녀 오겠노라고 말씀드렸고, 목욕탕을 다녀온 뒤에는 '목욕탕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도 드렸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30-40분쯤 흘렀을까요? 아버지께서 제 방문을 훅 열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는게 아니겠습니까.

 

"어, 너 집에 있었나?"

 

그 말을 들은 순간. 망치로 한대 얻어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고. 그 뒤를 강타한 것은 '해마손상'이라는 용어였습니다.  제가 아버지께 인사 드린 후 몇분 정도는 아버지께서 '아들이 목욕탕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기억했지만, 시간이 더 흘러간 뒤에는 이 사실을 잊어버린 겁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컴퓨터에 비유를 하자면, 아들의 인사가 '파일'형태로 5~10분 동안 저장돼 있을 때는 기억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15분 이상 흘러가 버리면 인삿말 파일이 자동적으로 지워져 버리는 겁니다. 그래서 아들이 목욕탕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흔히 건망증이 심하면 치매인가요? 라는 질문을 자주 합니다. 그러나 기억장애는 건망증과 다릅니다. 

 

다시 한번 컴퓨터를 예로 들어서 설명하자면... 건망증은 컴퓨터에 있는 '파일'이 너무 많아서 찾지 못하는 겁니다. 내 컴퓨터 어디쯤에 파일을 저장해 놨는지 찾지 못해서 몇 시간 동안 끙끙거리다가, 파일을 저장해 놓은 폴더를 찾는 순간. 우리는 '아~~'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핸드폰을 어디다 뒀는지 한참 헤메다가, 건너 방에서 충전기에 꽂혀 있는 장면을 목격하면, 그제서야 '아, 내가 핸드폰을 충전시키고 있었지~'라는 기억이 떠 오릅니다. 

 

그런데 해마가 손상되면 기억이 5분에서 10분만 저장이 되는 '장애'가 발생하는 겁니다. 기억이 아예 삭제 되어 버리는 것이지요. 

 

기억이 무엇인지, 기억이 어떻게 저장되는지 매커니즘을 알면. 치매와 건망증은 매우 매우 구분하기 쉽습니다. 제가 겪은 에피소드를 통해 기억장애와 건망증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이해를 한 분도 있을테고 이해를 하지 못한 분도 있을 겁니다. 

 

다음 시간에는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치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심리학 기억 등등. 어려운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원리를 터득하려면 어쩔 수 없이 조금은 따분하고 집중을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원리만 터득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고, 또 우리 부모님의 치매 증상을 조기에 발견해서 '대처'를 할 수 있습니다.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빨리 대처하면 할수록 '불행'의 무게가 줄어듭니다. 

 

치매 증상을 늦게 발견하고 또 대처가 늦으면 늦을 수록 불행의 무게가 증가합니다. 다음 시간에 좀 더 집중해서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무엇인지 확실히 이해를 하도록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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