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심리학 개론 <8> 진화심리학과 스트레스

 

일반 대중들은 심리학 이란 글자에는 마음 심(心)이 들어 있어서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마음은 눈으로 볼수도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으며, 냄새를 맡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심리학자들은 우리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사람의 '행동'을 주로 연구합니다. 예를 들어서 허공을 향해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프로이드는 이드, 에고, 수퍼에고 등 복잡한 이론을 들어 설명할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프로이드의 이론에 대해 한 마디로 '그건 니 생각이고~'라고 말하면, 더 이상 '진실'여부를 논의할 수 없다는 겁니다. 

 

사람의 행동에 대해 과학적으로 검증가능한 '설명'을 하려다보니, 심리학에서도 생물학적, 신경학적 관점에서 설명하려는 경향이 대두됐습니다. 앞서 예를 들었던 허공에 대해 중얼중얼 거리는 사람에 대해 '검진'을 해보니,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고, 도파민의 과잉 분비로 인해서 '환시' '환청'에 시달린다는 걸 알게 되는 식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프로이드의 이론이 아예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통찰력'이란 관점에서 상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과학적 검증이란 측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통찰력이란 관점에서 상당한 가치를 지니는 심리학 이론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진화심리학입니다. 말 그대로 진화론과 심리학을 접목한 것입니다. 사람의 행동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지요. 

 

서설이 좀 장황했는데요. 진화심리학에 대해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스트레스가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교감신경, 부교감신경, 편도체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스트레스에 대해 사전적 정의를 내리면 외부자극(위협)에 대한 개인의 신체적, 심리적 반응이라 규정지을 수 있습니다. 어떤 현상, 사물에 대해 사전적 설명을 하면 항상 어려운데, 스트레스에 대한 사전적 정의도 무슨 말인지 아리송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사냥을 나간 구석기인이 늑대에게 물려 피를 많이 흘리는 상황을 한번 가정해보죠. 피가 멎지 않으면 이 사람은 시간이 오래지 않아 죽을 겁니다. 이 사람이 생존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피를 멈추는 '지혈'을 해야겠지요. 

 

손이나, 헝겊 등으로 피가 나오는 구멍을 막아서 일시적으로 피가 솟구치는 걸 막을 수 있겠지만, 피가 평소처럼 묽은 상태를 유지하면 피를 멎게 할 수 없습니다. 우리 인간을 비롯해 동물들은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생존을 하기 위해 피를 끈적끈적하게 만듭니다. 피가 끈적끈적해지면 지혈이 잘 되기 때문입니다. 

 

바로 '혈전'이라는 천연 지혈제를 우리 몸이 만들어 내는 겁니다. 혈전을 만들어 내는 것은 외부위협으로부터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만들어 낸 진화의 산물입니다. 생존에 유리하려면 아예 늑대에게 물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편도체는 '공포'를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며, 교감신경은 공포 상황으로부터 빨리 벗어나도록 피를 심장과 근육에 몰아주는 것입니다.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서 위와 장에 있는 혈액이 근육으로 가면 소화는 좀 안되겠지만, 소화가 조금 안된다고 해서 당장 죽을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인간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면서 '도시'라는 것을 만들어 냈고, 도시에는 늑대와 같은 외부 위협 요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칼에 베이지 않아도, 송곳에 찔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의 몸은 피를 멎게 하는 '혈전'을 만들어 내는 겁니다. 

 

지혈을 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의 몸이 혈전을 만들어내면서, 오히려 스트레스 반응이 우리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스트레스는 치매와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스트레스가 어떻게 치매를 일으키는지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