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완전 정복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심리학 개론 <10> 진화심리학과 유기농산물

길을 묻다 2021. 2. 28. 11:24
728x90

우리는 흔히 스트레스는 나쁜 것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무조건 나쁜 것으로만 규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우리 삶에 활력소가 되고,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우리의 건강 관리를 위해서, 우리가 일상생활 중 겪는 스트레스를 점수화 한 것이 있습니다.  홈즈 라헤 스트레스 지수(The Holmes and Rahe Stress Scale)라는 건데요. 

 

홈즈 라헤 스트레스 지수에서는 가장 큰 스트레스를 100점으로 규정짓고, 각각의 스트레스를 50점, 70점 등 점수화해서, 우리가 겪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궁금하지 않으세요? 우리가 겪는 스트레스 중 가장 큰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100점 만점에 100점인 스트레스 항목은 바로 배우자의 죽음입니다. 이혼이 73점으로 두번째로 큰 스트레스입니다. 좀 의외라고 느껴질 수 있는 항목이 있는데요. 결혼의 스트레스 지수가 무려 50점이나 된다는 겁니다. 

 

결혼이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환하게 웃는 신부, 입을 다물지 못하는 신랑, 그리고 축제를 즐기는 듯한 결혼식 하객 등의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렇게 행복하고 축복받을 일이 넘버 세븐(7)의 스트레스 항목이라는 겁니다. 결혼보다 큰 스트레스는 이혼(73), 부부간의 불화, 별거(65), 법정 구속(63), 가족의 죽음(63), 신체적 상해, 질병(53) 등 6개 밖에 안됩니다. 우리가 엄청나게 두려워하는 해고(47),  시댁 식구들과의 갈등(29), 담보 대출 압류(30) 등도 결혼에 비하면 그리 큰 스트레스가 아닙니다. 

 

스트레스는 우리 삶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사과, 수박, 체리, 석류 등등. 과일이 맛있는 이유도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과일을 만들어 내는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에 맛있는 과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겁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구요?

 

파인애플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되는 이유

 

고기를 먹고 소화가 잘 안되면, 민간요법으로 파인애플을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파인애플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되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식물은 후손을 남기기 위해 '씨앗'을 남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새나 기타 짐승들이 덜 익은 과육, 그리고 씨앗을 먹으면, 식물입장에서는 후손을 남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식물들은 덜 익은 과일에 독을 만들어 넣습니다. 아직 완전히 익지 않은 씨앗에 독이 있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덜 익은 감이 떫어서 못 먹는 것, 청매실과 덜 익은 사과 씨앗에 독이 있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그럼 진딧물 같은 벌레가 달려들면 식물들은 어떻게 할까요? 식물들은 벌레가 싫어하는 화학물질을 분비하거나, 아니면 진딧물의 천적이 좋아하는 화학물질을 분비합니다. 

 

이런 화학물질을 파이토케미컬 혹은 피토케미컬 (phytochemical)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파인애플은 좀 독특한 방식으로 진화를 했습니다. 벌레를 쫓는 대신, 벌레를 죽이는 방식으로 진화를 한 겁니다. 파인애플의 과즙에는 단백질을 녹이는 화학물질이 있습니다. 철없는 벌레가 파인애플 과즙을 파고 들었다가는 화학물질에 녹아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겁니다. 

 

우리가 흔히 과일 껍질을 먹으라고 하는 이유, 양파 껍질이 몸에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런 원리입니다. 과일의 껍질은 식물 입장에서 일종의 '갑옷'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갑옷이 튼튼하면 화살이 날아와도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겠지요. 그래서 껍질에 자신을 보호하는 화학물질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화학물질이 사람에게 이로운 작용을 하는 것이구요. 

 

유기농산물이 몸에 좋은 이유, 치매에 좋은 이유

 

그럼 유기농산물이 우리 몸에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식물이 만들어내는 피토케미컬, 파이토케미컬은 외부로부터 위협을 받아야 만들어내는 물질입니다. 벌레가 꼬여들어 식물을 위협하고,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달려들어 식물이 위험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피토케미컬이 활발하게 분비되는 것이지요. 

 

자연산 더덕을 캘 줄 아는 분들은 냄새로 더덕을 추적합니다. 자연산 더덕이 사는 곳 근처만 가도 더덕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거친 자연환경에서 사는 자연산 더덕은 주변에서 자신과 경쟁하는 풀도 이겨내야 하고, 벌레들도 쫓아내야 합니다. 피토케미컬을 아주아주 왕성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이런 측면에서 보면 농약과 인공비료를 사용하는 관행농법으로 생산한 농산물을 나쁜 농산물로 규정짓는 것은 좀 불합리합니다. 식물이 감기에 걸렸을 때, 인간이 아주 친절하게 치료를 해줘서 면역력을 키우지 못한 것일 뿐. 나쁜 성분이 함유된 것은 아닙니다. 반면 유기농산물은 스스로 감기를 이겨내야 하기에 면역력이 아주 뛰어날 가능성이 높죠.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과연 모든 유기농산물이 좋은 농산물일 것이냐? 하는 겁니다.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우리 몸에 좋은 피토케미컬은 외부의 위협이 있어야 더, 더더더 많이 생성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유기농업 현장을 보면, 외부 위협으로부터 식물이 스스로를 보호하도록 하는 농법이 아니라, 아예 외부 위협을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비닐 차단막입니다. 도시민들은 대부분 '비닐 하우스'라고 알고 있을 겁니다.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비닐하우스는 외부의 위협, 즉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그리고 벌레 등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능을 합니다. 그럼 외부 위협을 없애는 농업 환경에서 식물이 과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피토케미컬 혹은 파이토케미컬을 활발히 만들어 낼까요? 

 

정확한 연구 자료가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좀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 몸에 좋은 항산화 성분은 식물이 벌레와 바이러스 박테리아와 싸우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항산화 성분은 우리 뇌가 스트레스로부터 손상을 받는 것을 방지해 줍니다. 

 

저는 치매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원인을 스트레스의 관점에서 찾으라고 한다면,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서 사람들이 스트레스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점, 그리고 농산물 또한 대량생산 대량소비하는 시스템에서 찾고 싶습니다. 지금처럼 농산물을 대량생산, 대량소비하는 시스템에서는 많은 농약과 비료 사용이 필수적입니다. 당연히 이런 시스템에서는 농산물이 옛날 농산물처럼 많은 피토케미컬을 함유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즉 우리의 식탁이 늘어난 스트레스에 대항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시골 5일장을 자주 이용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시골 5일장에 가면 할머니들이 텃밭에서 키운 농산물을 가져와 내다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농산물은 농약, 제초제 등을 사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워낙 소량 생산 소량 판매 시스템 적용을 받기 때문에, 비싼 농약과 제초제를 뿌릴 여건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전원 생활을 통해 텃밭을 가꾸는 것도 치매를 예방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조그만 텃밭에 농약을 뿌리고, 제초제를 뿌리는 것 자체가 비경제적인 활동입니다. 그래서 텃밭에서 키운 농산물은 피토케미컬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또 텃밭을 가꾸는 활동 자체가 뇌에 신선한 자극을 계속 제공하기 때문에, 뇌 건강에 매우 좋은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