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완전 정복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심리학 개론 <32>. 충분한 수면 취하기

길을 묻다 2021. 4. 1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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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기억과 관련이 깊다는 것은 수 십 년 전부터 학자들에 의해 증명되어 왔습니다. 우리는 흔히 시험 전날에 밤을 꼬박 새우며 공부를 하는데요. 시험을 더 잘 보기 위해서는 잠을 충분히 자야 합니다. 비유를 하자면 우리가 공부를 하는 것은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 콘크리트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고, 기억을 하는 것은 콘크리트가 굳어서 집이 되는 것과 비슷한 것입니다. 

즉 콘크리트가 굳지 않으면 집이 무너지는데, 잠을 자는 동안 콘크리트가 굳어서 집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 한가지. 충분한 수면을 취할 때 치매가 예방되는 과학적 증거들 또한 차고 넘친다는 것입니다. 그럼 수면과 학습이 어떤 관련성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할까요?

32-1. 잠을 잘 자야 기억력이 강화되는 이유

잠을 잘 자면 기억이 잘 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미 100년도 더 된 사실입니다. 

독일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실험심리학의 선구자이자 기억의 망각 연구를 처음 연 사람으로 유명한데요. 에빙하우스는 특정 단어를 학습한 뒤 얼마나 빨리 잊는지를 측정했는데, 여러 조건을 시험해본 결과 흥미롭게도 학습 직후 잠에 들면 단어를 덜 잊는다는 사실을 1885년에 발견했습니다. 

최근 과학자들의연구에 따르면, 잠을 오래 못자면 교세포라 불리는 뇌의 특정 세포가 신경세포들 간의 연접 부위인 시냅스를 더 많이 먹어치워 비정상적인 신경회로망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다. 수면과 치매의 연관성에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잠을 덜 자게 되면 비정상적인 신경회로망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또 우리는 깊은 잠을 자면, 잠을 자는 동안 뇌의 독성 물질을 없애는 ‘청소’를 하게 됩니다. 잠은 얕은 수면인 렘수면과 깊은 수면인 비렘수면으로 나뉘어지는데요. 비렘수면 중에서도 아주 잠인 '서파수면'에 들어가면 뇌척수액이 이동하면서 뇌에 쌓인 독소를 청소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진 겁니다. 

이 과정을 통해 치매 환자의 뇌에 많은 독성 단백질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서파수면 시간이 줄면 치매를 유발하는 단백질 양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치매 위험을 낮추려면 깊은 잠을 자야 하지만, 나이 들수록 깊이 자는 게 어려워지는데요. 어릴 땐 서파수면이 전체 수면의 40%를 차지하다가 성인이 되면 25%까지 줄어든다고 합니다. 

그럼 나이가 들면 왜 잠을 잘 못자는 것일까요?

32-2. 송과선과 멜라토닌

최근까지 과학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잠을 적게 자는 것은 ‘많이 잘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면과 치매의 연관성 등이 밝혀지면서 이런 고정관념도 바뀌고 있습니다. 

우선 나이가 들면서 잠을 잘 못자는 것은 노화로 인해서 송과선의 기능이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송과선은 수면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분비하구요. 또 면역기능과 같은 광범위한 생물적 활동과 연관이 깊은 호르몬입니다. 

송과선은 일상생활 주기를 조절하는 신체 리듬(circadian rhythm, 서케디안 리듬)을 맡아서 기록하는데요. 신체리듬은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에게도 있어 빛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또 송과선은 어두운 밤이 되면 빛이 사라진 것을 감지하고 멜라토닌을 분비합니다. 계속 밝은 환경에 오래 노출될 경우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해 정상적인 수면패턴을 잃고 건강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밤에 스마트폰 등을 사용핮지 말라고 권고하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신체 리듬을 깨트리고 수면 패턴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멜라토닌을 많이 생성시켜 좋은 잠을 잘 수 있을까요? 명상과 같은 심신수련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명상을 하면 GABA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생성됩니다. GABA는 들뜬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안정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면에 도움이 됩니다. 

앞서 우리는 신경전달물질에 대해 살펴보면서 GABA에 대해서도 살펴봤고, 아세틸콜린과 세로토닌이란 신경전달물질에 대해서도 살펴봤습니다. 아세틸콜린과 세로토닌도 수면과 깊은 연관이 있는데요. 우리가 살펴봤던 신경전달물질 이야기를 살펴보면, 음식을 통해서 아세틸콜린과 세로토닌의 양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음식을 통해서도 수면의 양을 늘릴 수 있고, 수면의 질 향상도 이뤄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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