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완전 정복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심리학 개론 <30>. 걸으면 왜 치매가 예방되고 치료될까?

길을 묻다 2021. 4. 3. 15:57
728x90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뇌는 한번 손상이 되면 회복이 되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아직도 이런 믿음을 버리지 못하는 분들도 있으나, 과학적 사고와는 거리가 멉니다. 우리 뇌는 다른 신체조직과 마찬가지로 놀라운 회복능력을 보여줍니다. 

비록 뇌가 손상을 입었다고 할지라도 말이죠. 가끔 TV에서 교통 사고 등으로 뇌가 손상을 입어 몸의 한쪽을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가 정상인과 다름 없이 회복되는 걸 본적 있을 겁니다. 이런 기적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원리가 바로 뇌 가소성인데요. 뇌 가소성 원리는 치매 환자라 할지라도 적용됩니다. 

뇌 가소성을 촉진 시키는 원리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걷기입니다. 아주 단순한 걷기 운동이 왜 치매를 예방해주고 치료해주는 것일까요? 

우리 뇌를 회복시키는 마법의 이름 'BDNF'

운동을 하면 우리 몸에서 BDNF라는 물질이 많이 만들어집니다. BDNF는 다른 말로 뇌유래신경영양인자(腦由來神經榮養因子 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라고도 하는데요. BDNF가 하는 일은 시냅스의 성장과 분화를 촉진하는 성장인자입니다. 

BDNF는 새로운 세포(Neuron)를 만드는 일을 하기도 하지만 기존의 세포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BDNF가 많은 뇌질환과 관련이 있음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불안장애, 우울증, 강박 장애, 섭식 장애, 조현병, 치매, 헌팅턴 병, 알츠하이머 병,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탈진 증후군, 그리고 자살 행동 등이 BDNF와 관련이 있음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물론 BDNF의 양이 적어서 우울증 등의 병이 발생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울증 같은 뇌 질환이 생겨서 BDNF가 적어지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BDNF의 양을 늘리면 치매와 같은 뇌 질환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그럼, 여기서 어떤 분은 BDNF를 합성하거나 또는 자연에서 BDNF를 추출해서 ‘약’으로 사용하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효과가 없습니다. 약으로 우리 몸에 BDNF를 주입하면, 혈액 뇌 장벽의 보호막을 뚫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일한 방법은 운동을 통해서 우리 몸이 BDNF를 많이 만들어 내도록 하는 겁니다. 

운동은 크게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으로 나뉘는데 걷거나 뜀박질 또는 등산 같은 운동을 유산소 운동이라 합니다. 치매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과가 있는 운동은 유산소 운동입니다. 치매에 걸렸거나 치매가 걱정되는 사람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유산소 운동이 우리 몸에서 BDNF를 많이 만들어 낸다는 겁니다. 

영화 터미네이터로 살펴보는 시지각이론

유산소 운동은 아니지만 근력강화 운동을 노인들이 하도록 했을 때,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는 인지기능이 나아진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밝혀냈습니다. 

앞서 살펴봤다시피 우리 뇌의 회복능력에 중요한 BDNF는 유산소 운동을 할 때만 만들어집니다. 그럼 근력운동과 같은 무산소운동을 했을 때는 BDNF가 만들어지지 않는데 왜 우리 뇌는 ‘회복능력’을 보여준 것일까요? 일단 아래의 사진을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장면일까요? 영화 터미네이터2의 한 장면인데요. 이 장면은 터미네이터가 타임머신을 통해 과거로 온 뒤,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는 과정을 묘사한 장면입니다. 자신과 비슷한 덩치를 가진 사람을 찾고, 그 사람이 입은 옷이 자신에게 맞을지를 ‘계산’하는 것인데요. 이런 장면은 그냥 단순한 상상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심리학자들이 발견한 시지각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게 무얼 의미하느냐 하면, 우리 뇌는 끊임없이 외부 자극에 대해 정보 해석을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만 ‘생존’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각 이외에도 청각, 후각 등 많은 정보들을 우리 뇌는 해석을 해야 하고, 해석을 바탕으로 위험한 신호인지 위험하지 않은 신호인지 분별해 내야 합니다. 

그럼 운동을 할 때 우리 뇌는 얼마나 많은 일을 할까요? 단순히 생각해봐도 걸음을 걸을 때 우리 앞에 돌부리가 있어 걸려 넘어지지 않을지 탐색해야 하고, 갑자기 큰 개와 같은 위험 요소들이 들이닥치지 않을지 깊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비록 무산소 운동을 할지라도 우리 뇌는 많은 것을 계산해야 합니다. BDNF가 만들어지지는 않지만 우리 몸이 움직임으로써 뇌가 활성화되고, 뇌가 활성화된 만큼, 뇌가 튼튼해 지는 겁니다. 

이런 원리를 응용해보면 이미 치매에 걸린 환자라고 할지라도, 치매가 악화되는 것을 막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뇌가 활성화되도록 하면 우리 뇌는 튼튼해지고 회복능력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뇌에 자극을 주고 활성화되도록 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습니다. 하지만 그 첫 번째 방법이 운동인데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처럼. 지금이라도 바로 운동을 시작하면 우리 뇌는 충분히 좋아질 수 있습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