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완전 정복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심리학 개론 <29>.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치매 검사는??

길을 묻다 2021. 3. 3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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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치매를 앓고 난 뒤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한 이후 많은 분들이 제게 자문을 요청합니다. 많은 분들이 자문을 구하지만, 자문의 내용은 모두 똑같습니다. 이구동성으로 어떤 병원에 가야 하느냐고 물어봅니다. 

그리고 제게 자문을 구하는 분들이 겪은 일도 대동소이합니다. 1분 진료, 5분 검사입니다. 진료실에 들어가서 1분 이상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전에 검사를 받으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리고 검사는 5분에서 길어봐야 10분 안에 끝납니다. 


기다리는 시간은 한 시간 두 시간인데 진료부터 검사까지 걸리는 시간은 20분이 채 되지 않습니다. 결론도 대부분 비슷합니다. 짧은 검사 후 정상이라는 판정을 받습니다. 이 말에 많은 보호자들이 안도를 합니다. 

문제는 1년 정도 지난 시점부터 발생합니다. 병원에서는 분명 정상이라고 했는데, 가족들이 보기에는 정상이 아닙니다. 그때부터 가족들은 분주해지기 시작합니다. 짧은 진료, 짧은 검사로 정상 판정을 내린 병원에 다시 가는 것은 뭔가 꺼림찍합니다. 그러나 어느 병원에 가야할지 도대체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간호사, 임상병리사, 복지사, 심지어 원무과 직원까지

제가 각종 자료들을 찾아본 결과 치매 검사를 비전문가들이 실시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간호사, 임상병리사, 복지사, 심지어 병원 원무과 직원이 치매 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지금까지 제가 쓴 글을 차근차근 읽어본 분이라면 과연 이런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이 치매 검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품을 겁니다. 

치매 검사를 제대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통계학적 지식도 필요하고, 정신병리에 대한 풍부한 지식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 치매는 노인성 우울증으로 오진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증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치매는 무엇이지 모르는 사람이 검사를 하고 진단을 내렸기 때문일겁니다. 

즉 치매 검사를 제대로 하려면 우울증을 진단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치매를 진단하는 기준도 동시에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좀 어렵고 딱딱한 내용이긴 하지만 ‘기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설명할 수준의 심리학적 지식도 갖춰야 합니다. 

그런데 치매 검사를 실시하는 간호사, 임상병리사, 복지사, 원무과 직원 등은 토, 일요일 주말 이틀 동안 치매 검사 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치매 검사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그 많은 지식을 배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제가 쓴 글을 읽고 또 읽어보며 뜻을 헤아리다보면, 여러분의 부모님에게 치매 검사를 하는 병원 직원이 그 많은 지식을 공부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감별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치매 검사 제도 개선하지 않으면 불행 계속 될 것

궁극적으로는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치매 오진과 관련한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을 겁니다. 치매 진단과 관련해서는 정신과, 신경과 의사 중 치매와 관련한 특별한 교육을 받은 의사만이 치매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치매 검사 또한 심리학적, 정신병리학적 소양을 충분히 쌓고 검사와 관련해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만이 치매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이런 점이 개선되지 않으면 치매와 관련한 오진은 끊임 없이 나올 겁니다. 

이런 제도 개선은 많은 사회적 비용의 지출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제도 개선을 하지 않고 방치하면 더 많은 사회적 비용 지출을 야기합니다. 조기에 진단 받아야 할 환자가 뒤늦게 진단을 받으면 중증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그만큼 더 큽니다. 중증 치매로 악화되면 더 많은 의료비 지출이 이뤄져야 합니다. 가족들의 경제 활동도 어렵게 만듭니다. 

전문교육을 받은 의사와 검사 전문가들이 치매 진단과 치료를 전담하도록 하는 것은 지금 당장 큰 지출을 야기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지출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 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치매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의사가 진단을 하고 치료를 하며, 전문성이 없는 비전문가가 치매 검사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비전문의사, 비전문검사자와 전문의, 전문검사자를 나라에서는 구별해주지도 않습니다. 

오롯이 우리의 힘으로 치매 전문 교육을 받은 의사를 구분해내야 하고, 치매 검사 전문가를 판별해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집의 불행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대략 서른 개의 이야기를 통해 치매 검사자가 갖춰야 할 소양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여러분이 치매와 관련한 지식을 알고 있어야, 여러분의 부모님을 진료하고 검사하는 병원 직원들이 전문성을 갖췄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제대로 된 병원을 선정하기 위한 기초 지식에 대해 굉장히 장황하게 설명했는데요. 이제부터는 치매 환자 가족이 환자를 간호하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들에 대해 설명하고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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