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완전 정복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심리학 개론 <23>. 혈액형 이야기

길을 묻다 2021. 3. 17. 13:47
728x90

이제 통계처럼 재미없고 따분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아는 게 힘이라고, 치매 환자를 돌보려면 많은 심리학적 지식을 쌓아야 합니다. 그런데 말이 쉬워서 그렇지 지금 당장 눈 앞에 닥친 일이 산더미인데 딱딱한 내용을 학교에 있는 학생들처럼 책상머리에 앉아서 공부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머리 아픈 여러분들을 위해 쉬어가는 차원에서 조금은 소프트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제가 여러분께 해드릴 이야기는 ‘혈액형과 성격’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혈액형에 대해 참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혈액형 이야기는 ‘미신’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라는 것을요. 


혈액형 성격에 대해 ‘미신’이라고 이야기하면 주변에서는 이런 반응을 보입니다. ‘미신이라고 해도, 혈액형 이야기 들어보면 다 맞는 이야기던데?’ 거참, 이럴 땐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열심히 찾았습니다. 왜 사람들은 과학적으로 맞지 않는 사실에 대해 ‘믿음’을 가질까 하는 의문을 품고 열심히 탐구했습니다. 

23-1. 바넘 효과

심리학에 바넘 효과(Barnum effect)라는 게 있습니다. 이게 뭐냐 하면 누구나 갖고 있는 보편적 특성을 사람들은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긴다는 겁니다. 이런 현상은 포러 라는 심리학자가 발견했는데요. 그래서 포러 효과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이 어떻게 발견되었는지 간단히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심리학 교수인 포러는 어느 날 자신의 강의를 듣는 수강생을 상대로 가짜 성격검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검사 결과를 수강생 모두에게 줬는데, 사실은 검사 결과는 모두 똑같은 내용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검사 결과는 서로 공유하지 말라고 당부했죠.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성격검사 결과에 대해 ‘쪽집게’라며 놀라워했다는 겁니다. 성격 검사 내용도 엉터리였는데, 점성술 서적에 나와 있는 내용을 아무렇게나 짜깁기한 것이었습니다. 

혈액형 성격학에서 이야기하는 것들도 대부분 점성술과 마찬가지로 두리뭉실하고 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내용입니다. 그런데 바넘 효과에 의해서 사람들은 혈액형 성격학을 ‘쪽집게’라고 착각을 하는 것이지요. 

혈액형 성격을 재미로만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항상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모든 걸 ‘혈액형’으로 판단하려 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말이 씨가 되는 것이죠. 그게 뭐냐구요?

23-2. 말이 씨가 되는 이유 

우리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과학적으로 상당히 타당성이 있는 말입니다. 이 말이 왜 과학적으로 타당하냐구요?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는 대로 ‘실행’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게 무슨 개 소리야? 이런 생각을 할 겁니다. 심리학자들이 실험을 한 내용을 들려드리겠습니다. 학교에서 A반 학생들과 B반 학생들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심리학자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죠. A반 학생들은 엄청난 천재들만 모여 있는 곳이고, B반은 정반대라고 이야기해줍니다. 

실제로는 두 집단의 차이는 없는데, 심리학자들이 이렇게 거짓말을 해주면, 두 집단 간의 차이는 놀라운 만큼 벌어집니다. A 집단의 학생들은 정말 천재처럼 공부를 잘 합니다. 반대로 B반 학생들은 그저 그런 학생이 되는 것이지요. 

믿음이 ‘현실’이 되는 겁니다. 이걸 심리학에서는 자기이행적 예언 혹은 자기충족적 예언이라고 합니다. 심리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은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말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죠. 우리 속담에 말이 씨가 되는 것이고, 예수님이 말씀하신 겨자씨 만한 믿음이 실현되는 원리 인 것입니다. 

이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혈액형 이야기를 핑계 삼아 통계 이야기도 살짝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많은 심리학과 학생들이 4년 동안 배운 지식에 대해 비전공자들이 혈액형 성격학 정도로 폄하를 하면, 그 누구라도 발끈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학생은 실제 혈액형과 성격이 어떤 관련을 갖고 있는지 조사를 해봤습니다. 학생이어서 조사라는 단어를 썼지만, 사실상 ‘연구’입니다. 

혈액형과 성격검사를 실시하고, 둘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는데,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온 겁니다. 앞서 우리가 통계를 살펴볼 때 상관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 기억하시죠?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상관’ 즉 관련성이 깊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1에서 멀어질수록 특히 0.5 이하가 되면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명됩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