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완전 정복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심리학 개론 <24>. 알파고가 별 것 아닌 이유...치매 치료를 위해 버려야 할 미신

길을 묻다 2021. 3. 1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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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우리에게 알파고란 인공지능이 어마어마한 충격파를 던졌습니다. 어떤 분은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기계에 의한 인간 지배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하더군요. 그런데 우리 뇌와 인공지능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금만 알면 이런 생각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먼 훗날 정말 인간과 똑같은 인공지능이 만들어진다면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인위적으로 만든 뇌. 즉 인간을 본떠 만든 ‘짝퉁’ 뇌입니다. 짝퉁인데 알파고는 왜 인간과의 대결에서 이겼을까요? 그럼 질문을 한번 바꿔보겠습니다. 알파고에게 인간과 똑같은 조건을 주면 과연 얼마나 성능 발휘를 할 수 있을까요?

인간처럼 밥 한 공기만 먹고, 밥 한 공기에서 나온 에너지로 바둑판을 바라보고, 바둑돌을 손으로 들어서 바둑판에 놓고, 또 먹은 음식물을 소화도 시키고, 체온도 유지하는 것 말입니다. 이런 모든 조건을 인간과 똑같이 해놓고, 알파고가 생존을 걱정하지 않는 현재의 방식을 탈피한다면 알파고의 지능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우리 인간은 뇌를 10%도 사용하지 못한다는 미신

인간의 뇌는 전체 몸무게의 2%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뇌는 우리가 하루 사용하는 에너지의 20%가량을 씁니다. 전체 용량에 비해서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죠.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뇌가 많은 일을 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러나 우리 뇌는 이렇게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면서도,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쓰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뇌가 일을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에너지를 많이 소모할 겁니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일을 무한정 한다고 해서 음식을 무한정 먹을 수 있는 환경에 살지 못했습니다. 

밥 한공기만 먹고, 거기서 뽑아 낼 수 있는 에너지만 갖고 살아야 했습니다. 만약 뇌가 더 많은 일을 하고 에너지를 70~80% 사용한다면, 우리 인간은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우리 몸에 들어온 음식을 소화시키는 것만 해도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0% 이상 됩니다. 많게는 15%를 사용하죠. 머리를 쓰고, 위를 움직이고 나면, 음식을 만들거나 찾기 위해서 쓸 에너지가 모자라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리 뇌는 최대한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서, 우리 뇌를 마음껏 가동 시키지 않고, 일종의 ‘절전’모드로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알파고가 이렇게 우리 인간처럼 ‘절전’모드를 평소에 사용하면서 지금과 같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아마 우리 신체조직을 컨트롤하는 것만 해도 과부하가 걸릴 겁니다. 

우리 뇌는 지금도 작동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야 할 포인트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고 있는, 우리 뇌는 잠재력을 모두 깨우지 못하고, 기능을 모두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미신’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사용하면 할수록 용량이 더 커진다는 점입니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 인간이 집에서 TV만 봐도 100칼로리 가량을 소모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악기 연주 등을 하면 200칼로리를 소비한다고 하는군요. 악기 연주만 해도 우리 뇌가 엄청나게 ‘작동’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단순히 ‘걷기’를 할 땐 뇌가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 우리 뇌는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리에 걸음을 옮기라는 명령도 내려야 하구요. 또 앞에 장애물은 없는지 열심히 분석도 해야 합니다. 또 우리 몸의 체온도 조절해야 합니다. 단순히 걷는 것 만으로도 우리 뇌는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하는 것이지요. 

또 하나 우리가 타파해야 할 미신 중 하나가, 뇌는 재생이 안된다는 믿음입니다. 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의하면 뇌는 ‘재생’이 됩니다. 엄밀하게 따져보면 재생이란 말이 정확한 건 아닌데요. 그래도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하려면 ‘재생’이란 단어를 사용해야 할 듯 합니다. 

우리 뇌는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신경세포’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데요. 이걸 뇌 가소성이라고 합니다. 뇌 경색이나 기타 교통 사고 등으로 한쪽 몸을 움직이지 못하던 사람이 계속 운동을 하면 정상인에 가깝게 몸을 사용하는 장면을 우리는 TV 등을 통해 자주 접합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운동의 효과일까요? 네 물론 운동의 효과도 있습니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면 뇌 가소성의 원리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오른쪽 뇌를 다쳐서 왼쪽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데, 이럴 때 우리 뇌는 ‘왼쪽’ 뇌가 왼쪽 몸까지 움직일 수 있도록 합니다. 왼쪽 뇌에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겨서, 왼쪽 몸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지요. 

치매 환자는 해마라는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손상되어서 기억을 잘 못합니다. 그런데 예전의 상식, 즉 뇌는 재생이 안된다는 관점에서 보면, 기억장애가 온 사람은 영원히 기억장애를 안고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뇌 가소성의 관점에서 보면 일정부분 ‘회복’이 가능합니다. 실제 많은 연구를 보면 적절한 운동과 치료를 병행한 환자들은 해마 부위가 ‘재생’ 되는 것을 관찰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치매에 걸렸다고 해서 포기하고 넋놓고 있을 수 만은 없습니다. 적절한 약물 치료와 더불어 인지재활 훈련을 하면 치매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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