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심리학 개론 <15> 상관(correlation, 相關)

심리학에 대해 이해를 하면 치매를 앓는 부모님을 더 잘 모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계학을 모르면 심리학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수학 포기자도 제가 하는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이야기에는 수학 공식도 필요 없고, 계산기도 필요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간에 집중적으로 살펴볼 내용은 상관입니다. 상간(相姦)이 아닙니다. 상관(相關,  correlation)입니다. 

한자를 살펴보면 서로 상(相)에 관계할 관(關)입니다. 뜻을 그대로 풀어보면 서로 관련이 있다는 정도 됩니다. 통계를 보면 아주 재미난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보름달과 강력범죄의 관련성입니다. 

보름달이 뜬 날에는 보름달이 뜨지 않은 날보다 살인사건 등 강력범죄가 더 많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혹자들은 이런 통계를 인용해서 달이 지닌 초자연적인 힘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럼 보름달이 우리 인간에게 살인사건을 저지르도록 ‘조종’하는 것일까요? 이야기를 여기까지만 들으면, 진짜 보름달이 살인사건을 일으키는 원인처럼 느껴집니다. 

과연 그럴까요? 

 

15-1. 상관과 인과관계

 

흡연이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기 전 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암 환자가 더 많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입증됐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 중 암에 걸린 사람이 더 많으니,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암의 원인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과학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 스트레스를 더 받는 직종에 종사할 수도 있구요. 또 자동차 매연에 의해 암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기사를 보면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 또는 자연인처럼 산 사람들 중에도 암에 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암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더 많이 암에 걸린다고 해서, 담배가 암의 ‘원인’이라고 규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한 이야기를 요약하면, 상관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인과관계로 규정 짓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관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15-2. 상관계수

 

상관관계가 어떤 현상에 대한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주지는 못하지만,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지는 알려줄 수 있습니다. 

앞서 예를 들었던 흡연과 암의 관련성에 대해 조사를 해서 그래프를 그렸다고 가정해보죠. 아래의 그림에서 A와 같은 그래프가 나왔다면 흡연과 암의 관련성은 매우 큽니다. 

 

B와 같은 그래프가 나왔다면, 암과 흡연의 관련성은 있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두 요소가 엮여 있는 ‘정도’가 약합니다. 

이런걸 숫자로 정리하는 것을 상관계수라고 합니다. 그림 A와 같이 나오면 상관계수는 1이 됩니다. 그래서 상관계수가 1에 가까워질수록 둘의 관련성은 매우 큽니다. 

반대로 상관계수가 0에 가까워질수록 둘의 관련성은 적어집니다. 보통 연구를 할 때 ‘인과관계’를 밝히기에 앞서 상관관계를 먼저 연구합니다. 상관관계가 있으면, 인과관계도 있을 개연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입니다. 

크게 어려운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아주 쉬운 것도 아니죠? 어떤 학문을 이해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딱딱하고 원론적인 부분이 있어야 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평균과 표준편차, 신뢰도 타당도 이야기만 하고, 통계이야기는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평균과 표준편차부터 시작됩니다. 여러분이 이것을 이해해야만 여러분이 받는 치매검사가 제대로 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여러분이 지금 가입을 검토하고 있는 치매보험이 훗날 나에게 진짜 ‘보험’이 될 수 있는지 판가름해주는 가늠좌가 됩니다. 딱딱하고 어려운 이야기지만, 이걸 모르면 눈뜨고 코베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