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완전 정복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심리학 개론 <16> 평균, 표준편차, 신뢰도, 타당도

길을 묻다 2021. 3. 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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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통계를 이야기할 때 평균이란 용어를 들어서 설명하곤 합니다. 우리 아들의 성적이 좋으냐 나쁘냐를 논할 때 평균 점수보다 높으냐 낮으냐를 ‘기준’으로 놓고 평가를 하곤 하지요. 

국어 평균 점수가 70점인데, 우리 아들이 80점을 받았으면 평균점수보다 많이 나왔으니 성적이 좋은 것일까요? 고등학생 남자의 평균 키가 170cm인데, 우리 아들의 키가 175cm이면 키가 큰 편에 속할까요?

평균점수보다 많으니 못했다고 평가하기는 좀 거시기합니다. 그러나 공부를 잘했다고 평가하기에도 뭔가 애매합니다. 그래서 평균은 어떤 것을 평가할 때 중요한 잣대가 되기는 하지만, 평균만 가지고 이야기하면 커다란 오류에 빠지게 됩니다. 

 

평균, 표준편차

 

아래의 그림을 한번 보기 바랍니다. 아래 그림에는 두 개의 그래프가 있습니다. 두 개의 그래프 모두 평균 점수 70점이 나온 것을 그래프로 그려 넣은 것입니다. 

A와 B 모두 평균 점수가 70점이지만, 그래프의 모양은 굉장히 다릅니다. 만약 B라는 그래프에서 우리 아들의 국어 점수가 80점이라면, 우리 아들의 국어성적은 평범한 것이 됩니다. 평균과 별 차이가 없으니까요. 그래프 B에서 최상위 성적권이 되려면 95점 정도는 받아야 할 겁니다. 

그러나 A라는 그래프에서 우리 아들이 80점을 받았다면, 최상위 클래스가 될 수 있습니다. A그래프에서는 100점, 90점을 받은 학생이 없는 상태입니다. 반면 B에서는 100점, 90점 받은 학생들이 상당합니다. A그래프에서는 80점을 받은 학생이 최고점을 받은 학생일 수도 있습니다. 90점, 100점 받은 학생이 없으니까 말이죠. 

그럼 정신과적인 측면에서 ‘이상’이 있는 사람을 통계적인 측면에서 구분하면 어떻게 될까요? 평균치와 가까운 사람을 이상하다고 판정을 내리면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생깁니다. 국민 대부분이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통계적인 측면에서 ‘이상한 사람’을 규정지을 때는 평균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그래프에서 빗금으로 표시한 부분)을 ‘이상한 사람’으로 규정합니다. 평균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느냐? 이걸 알고 싶을 때 우리는 표준편차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위의 그림을 보면 0이 되는 곳이 ‘평균’입니다. 평균에서 +1 혹은 –1만큼 거리가 멀어지는 것을 1표준편차라고 합니다. 

평균에서 +2 또는 –2만큼 거리가 멀어지는 것을 2표준편차라고 합니다. 세상 어떤 것이든 통계를 내보면 2표준편차 이내의 사람들이 95.44% 나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크게 어렵지도 않지만, 또 마음에 쏙 들어오는 이야기도 없는 듯 합니다. 그런데 표준편차 이야기가 왜 중요할까요? 방금 이야기했듯이 ‘이상한 사람’의 ‘기준’을 정할 때는 평균이 아니라 ‘표준편차’로 이야기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부모님 치매 검사를 받을 때, 대부분 검사자들이 우리 부모님이 정상이냐 비정상이냐를 놓고 ‘평균’을 예로 들어서 이야기합니다. 우리 부모님 치매 검사 점수가 평균과 크게 차이 나지 않으니 정상입니다 또는 평균점수와 점수차가 크니 비정상입니다. 이렇게 설명을 해주곤 하지요. 

그런데 과학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런 설명 자체가 비과학적이라는 겁니다. 물론 우리 보호자분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평균을 예로 들어서 설명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케이스는 극히 드물고, 치매를 검사하는 인력들조차 표준편차가 무엇인지 모르고 검사를 실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표준편차를 모른다는 것은 ‘비정상’을 판별하는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이해를 못한다는 뜻이 됩니다. 

이렇게 비전문 인력에 의해 치매 검사가 남발되는 것은 치매와 관련한 오진이 늘어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요. 

 

타당도, 신뢰도

 

표준편차라는 어려운 개념 때문에 진을 뺏았겼을 터이니, 타당도와 신뢰도에 대해서는 아주 간략히 설명하고 끝을 맺겠습니다. 

신뢰도란 검사점수가 시간의 변화에 따라 얼마나 일관성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역시 사전적 정의는 어렵지요?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우리 부모님들이 치매에 걸렸는지 아닌지 알아볼 때 MMSE라는 검사를 자주 사용합니다. 

1년 전 우리 부모님이 MMSE 검사를 받았을 때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아서 치매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그런데 1년 뒤 우리 부모님께 MMSE 검사를 다시 실시해보니 이번에는 만점을 받았습니다. 그럼 우리 부모님의 치매가 ‘완치’된 것일까요?

세상에, 그런 기적이 일어날 리가 있겠습니까? 부모님의 인지능력은 1년 전과 동일하거나 아니면 조금 더 나빠졌겠지요. 그런데 검사점수만 놓고 보면 좋아진 것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검사 점수가 들쭉날쭉하면 안된다는 것이 신뢰도입니다. 검사 점수가 일정하게 나와야 좋은 검사입니다. 그래서 MMSE 검사는 치매 검사에 있어 굉장히 부적절한 검사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MMSE 검사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럼 타당도는 무엇일까요? 역시 MMSE 검사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우리 부모님이 요즘 들어 기억력이 너무 나빠져서 보건소에 가서 치매 검사를 받았습니다. 보건소에서는 MMSE라는 검사를 이용해서 부모님을 진단했고, 아주 정상이라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1년 뒤 우리 부모님에게 치매 검사를 다시 했더니, 이미 중증 치매로 진행된 단계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치매 중 알츠하이머 치매는 ‘기억력’이 나빠지는 증상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서서히 ‘언어’ 기능까지 나빠집니다. 그런데 MMSE검사에서는 기억력을 정확히 측정하지 못하는 문항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때문에 치매 초기이거나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을 감별해 내지 못합니다. 초기 증상이 의심되거나 경도인지장애가 의심된다면, 좀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데, MMSE 검사 결과 ‘정상’이라는 말만 믿고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아 급속도로 악화된 것입니다. 

역시 타당도 측면에서 MMSE 검사를 살펴봤을 때, MMSE 검사는 굉장히 부적절한 검사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MMSE 검사가 정말 무분별하게 실시되고 있습니다. 

정말 피눈물을 흘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우리 부모님도 이런 엉터리 검사 때문에 1년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저와 같은 일을 겪지 않으려면, 우리 부모님이 받는 치매 검사가 타당도와 신뢰도가 확보된 검사인지 알아야 하고. 통계에 대한 기본 개념을 갖추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병원에서 대충 검사해도 우리 보호자들은 알길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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