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완전 정복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심리학 개론 <18>. 치매 간편 검사 MMSE, 얼마나 정확할까?

길을 묻다 2021. 3. 12. 13:29
728x90

 

지금까지는 치매 검사를 위한 매우 기초적인 통계학 지식과 통계학이 심리검사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봤습니다. 지금부터는 치매 진단을 위한 ‘실전’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 의료 기관에서 굉장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 MMSE라는 치매 검사에 대해 살펴볼 텐데요. MMSE라는 검사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펴보기에 앞서 몇몇 용어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이 검사는 의료 기관에서 사용되는 것이기에 의료 종사자들이 이해하는 언어로 분석하고,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선행학습으로 살펴봐야 할 용어들은 ‘표준화’  ‘DSM-IV’ ‘위양성’ ‘위음성’등입니다. 

 

심리학 용어 – 표준화, DSM-IV


위에 제시한 4개의 용어 중 2개는 심리학 용어이고, 2개는 의학 용어입니다. 일단 심리학 용어부터 먼저 살펴보도록 하지요. 

■표준화(standardization)

표준화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기준을 만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표준화라는 용어를 살펴보면 앞서 우리가 살펴봤던 ‘신뢰도’ ‘타당도’가 충분한지 ‘검증’을 거친다는 뜻이 됩니다. 

정신병 유무를 알기 위해 실시하는 심리검사나 지능지수를 알기 위해 하는 검사 모두 ‘표준화’를 거쳐서 이 세상에 나온 것들입니다. 표준화 작업을 하지 않으면 믿을 수 있는 검사인지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참 희한한 것은, 미국에서 만든 지능검사, 심리검사를 한국에 도입할 때는 ‘표준화’ 작업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영어로 되어 있는 검사 문항을 한국어로 번역만 해서는 신뢰도 타당도가 확보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심리검사를 한국에 도입할 때 K라는 용어가 붙습니다. 지능검사에 사용되는 웩슬러를 한국에서는 K-웩슬러라고 부르는 식입니다. 

■ DSM-IV

정신과에서 진단을 할 때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자칫 오진을 했다가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정신과에서 사용하는 진단 기준을 만드는 곳이 두 군데 있는데, 하나는 국제기구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민간기관입니다.

문제는 국제기구에서 만든 진단기준이 더 공신력을 가져야 할 것 같은데, 실상은 정반대라는 겁니다. 미국의 민간기관(정신과 의사 및 심리학자)이 만든 정신병 진단 기준이 더 공신력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의학, 심리학에서 정신과 질병에 대해 이야기할 때 미국 민간기구가 만든 DSM-IV를 인용합니다. 제가 공부할 때만 해도 DSM-4 였는데, 요즘은 DSM-5가 사용되더군요. 

우리나라 의사들이 치매 진단을 할 때도 DSM-5를 기준으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치매 연구를 할 때도 DSM을 기준으로 연구논문을 작성하지요. 

의학 용어 – 위양성, 위음성

이제 의학 용어를 살펴볼 시간입니다. 위양성(偽陽性, false positive), 위음성(偽陰性, false negative)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위양성

위양성을 한자로 적으면 偽陽性입니다. 여기서 위(偽)는 거짓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글입니다. 따라서 위양성을 직역하면 거짓 양성이라는 뜻이 됩니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양성이 아닌데, 양성으로 나온다는 뜻이 됩니다. 예를 들어 치매 검사를 했는데, 치매가 아닌 사람이 치매로 진단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럼 이제 위음성도 이해하기 쉽겠죠? 그래도 풀어보겠습니다. 

■위음성

위음성은 偽陰性입니다. 앞서 살펴본대로 거짓 위라는 글자와 음성이라는 단어가 조합되어 있습니다. 음성이 아닌데 음성으로 나오는 것을 뜻하겠지요? 즉 치매임에도 불구하고 치매가 아닌 걸로 검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위양성, 위음성은 정말 의사들을 골치 아프게 하는 일입니다. 분명 검사 결과 음성인데, 나중에 다시 확인해보니 양성으로 나오면, 정말 머리를 쥐어 뜯고 싶을 겁니다. 그러나 경험과 경륜이 풍부한 의사들은 위양성과 위음성을 구분하는 노하우를 갖추고 있겠죠. 그런 분이 명의가 아닐까 합니다. 

자, 이제 우리가 MMSE라는 검사를 살펴보는데 필요한 기초지식은 모두 정리를 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치매 검사에 굉장히 많이 사용되는 MMSE라는 검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지요. 

MMSE는 얼마나 좋은 검사인가?

MMSE와 관련한 논문들을 살펴보면, DSM-IV에서 언급하고 있는 치매 진단기준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논문은 왜 DSM-IV부터 이야기를 하느냐? 당연히 치매 검사인 MMSE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MMSE가 DSM-IV 진단 기준과 얼마나 부합하느냐를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겠죠. 

DSM-IV에 언급된 치매 진단기준에는 <반드시> 기억력 저하 증세가 있어야 하고, 그 외 1가지 이상증세가 더 있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좀 말이 엉켰는데, 치매 진단을 받으려면 우리 뇌에서 2곳 이상 손상이 있어야 하며, 기억력을 담당하는 뇌 부위 손상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걸 기준으로 놓고 MMSE라는 검사를 살펴보니. 상당히 실망스러운 점들이 발견됩니다. 애초에 개발된 MMSE는 신뢰도와 타당도가 굉장히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간단한 검사지만, 처음 개발할 때 꽤 공을 들였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한국판 MMSE인 K-MMSE로 치매 환자들을 검사해봤더니, 약 절반 정도가 ‘위음성’으로 판명됐다고 합니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치매에 걸린 사람 100명이 MMSE 검사를 받으면, 절반정도는 치매 진단을 받지 못한다는 겁니다. 분명 병이 있지만, 치매 진단을 받지 못해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뜻이 되지요.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치매에 걸리지 않은 정상인인데, MMSE 검사를 받았다가 ‘치매’ 판정을 받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치매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데, 불필요한 약물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에 시달릴 확률이 굉장히 높아지죠. 아주 극단적인 상황이겠으나, 정상인이 치매약을 먹고 치매에 걸릴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물론 극히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럼 왜 이런 엉터리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우리나라 병원에 가면 MMSE 점수가 높아서 치매 진단을 못받고, 분명 치매 환자이기 때문에 치매 약을 먹어야 하지만, 치매 약을 처방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왜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질까요?

논문을 살펴보니 “MMSE가 원래 치매를 진단하기 위해서 개발된 검사가 아님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MMSE는 치매 진단을 위한 검사가 아닌데, 우리나라에서는 치매 진단용 검사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 겁니다.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MMSE 검사가 타당도와 신뢰도가 굉장히 높은 검사인데, 왜 치매와 관련해서 오진이 많을까 굉장히 궁금했었습니다. 그런데 논문을 읽고 나서야 저도 이해가 됐습니다.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논문 한편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정책을 만들었다는 사실을요.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될텐데. 제대로 된 치매 정책이 수립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같습니다. 

 

MMSE 관련 논문을 살펴보고 싶은 분은 아래의 링크를 따라가면 됩니다. 

 

 

치매선별검사로서 K-MMSE의 타당도 연구: 종합적인 신경심리학적 평가와의 비교

blog.naver.com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