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완전 정복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심리학 개론 <26> 치매환자의 기억력을 조금이라도 보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길을 묻다 2021. 3. 2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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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린 우리 부모님의 기억력을 조금이라도 회복시키거나 또는 급속히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힌트는 이미 모두 제시됐습니다. 앞서 살펴본 기억과 관련한 이론들을 살펴보고,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할까를 고민해보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척 많습니다. 

가장 먼저 떠올려 볼 수 있는 것이 점화(priming)일 겁니다.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겁니다. 예를 들면 옛날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는 것입니다. 옛 사진을 보면 사진을 찍었던 과거를 회상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와 연관된 많은 것들도 다시 떠올려 보겠지요. 이런 회상 훈련을 계속하게 되면 기억이 더 잘 떠오르고, 잘 잊어버리지 않게 됩니다. 

그 다음에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여행입니다. 어렸을 때 살던 동네, 젊은 시절 청춘을 바쳤던 시장, 가족들과 처음 해수욕을 했던 곳 등등. 생각해보면 가볼 만한 곳이 굉장히 많습니다. 저는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살던 옛날 동네를 자주 탐방하는 편입니다. 물론 40년 전과 지금은 몰라보게 달라져서 옛날 살던 집터를 찾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집을 찾아야만 치료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억을 더듬는 과정 자체가 우리 뇌를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해주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이지요. 

기분을 좋게 하는 것도 기억을 보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앞서 감정과 관련된 기억은 편도체에 저장이 된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물론 편도체는 기분 좋은 일만 기억하는 건 아닙니다. 화가 나는 일, 짜증이 나는 일 등도 기억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치매를 치료하기 위해서 일부러 화가 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러나 기분 좋게 하는 이벤트는 조금만 정성을 들이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영어 단어를 암기할 때 사용하는 되뇌기도 큰 효과가 있습니다. 보호자가 옆에서 계속 특정 사안에 대해 상기를 시켜주는 것도 되뇌기 효과가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만, 문제는 이렇게 할 경우 보호자가 쉽게 지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흔히 치매환자는 새로운 일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데요. 이런 편견은 말 그대로 편견일 뿐입니다. 치매 환자도 기억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억을 하려면 많은 되뇌기를 많이 반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람이 해주기 힘든 일은 기계의 힘을 빌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뉴스를 계속 반복해서 시청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반복 노출되면 기억을 저장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우리 아버지의 경우 치매에 걸린지 9년이 지난 상황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뉴스를 많이 보는 습관이 아버지의 기억력 저하를 막는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환자 스스로 노력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일기를 쓰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하루가 끝난 뒤 저녁에 일기를 쓰려고 하면 낮에 있었던 일이 기억나지 않기에 일기 쓰는 것이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서 틈틈이 메모를 하고, 그 메모를 바탕으로 저녁에 일기를 쓴다면 치매 치료에 있어서는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문맹이거나, 일기 쓰는 걸 귀찮아 하면 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먼 미래에 내가 치매에 걸리지 않을까 염려되는 분들은 걸이못 기억법(peg-word system)이란 걸 지금부터 응용해서 사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걸이 못 기억법이란 말 그대로 벽에 옷을 걸어두는 ‘못’을 이용해서 ‘기억’을 되살리는 방법입니다. 

예를들어보죠. 벽에 5개의 못을 박아뒀고, 못 하나에는 같은 종류의 옷만 여러벌 걸어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첫 번째 못에는 외투만 걸어둡니다. 두 번째 못에는 바지만 걸어둡니다. 세 번째 못에는 모자만 걸어둡니다. 네 번째 못에는 치마만 걸어둡니다. 다섯 번째 못에는 속옷만 걸어둡니다. 

이렇게 옷을 분류해서 정리해두면, 옷에 대한 정보가 ‘덩어리 형태’로 존재합니다. 첫 번째 못에 걸린 외투가 인출단서가 되어서 봄에 입는 외투, 가을에 입는 외투, 겨울에 입는 외투 등이 차례로 모두 떠오르는 것입니다. 

이런 기억술 방법은 수험생에게도 큰 도움이 되니까요. 자녀들에게 이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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